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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과 MZ세대,대화할 수 있는 작은주제들
작성일시 21.10.20 (수) 15:37 조회수 17,642 공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직원들과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본인이 직장내에서 가장 고령자인 경우도 발생합니다. 만약 50대라면 20-30대 직원들과 일하게 될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20-30년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엔 굳이 10년이 아니라 훨씬 짧은 기간에도 강산은 변하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빠른 변화속에 30년의 시간 간극은 정말 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50대와 20-30대 직원들이 만났을 때 서로 대화의 공통주제를 찾지 못해 분위기가 어색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두 세대간에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50 : 미안한데 수능은 몇등급이었냐

20 : ** 등급이었습니다.

50 : 진짜 미안한데 영어는 몇점이었냐.

20 : ** 점이었습니다. (??? 뭐지 왜 이런걸 물어보지??)

50 : 사실 우리아들이 취업준비중이다. 토익은 학원 다녀야 되는거냐.취준기간은 얼마나 되냐.

20 : ** 기간동안 준비했습니다.

50 : (한숨 한번 쉬고 담배 꺼냄) 혹시 주말에도 공부했냐.

20 : 네, 했습니다.

50 : 하...이놈ㅅㄲ는 정신 못차리고 주말에 놀러다니는데.. 나 하나만 더 피고 내려갈테니까 먼저 사무실 가 있어.

20 : (갔다오면 다른 선배가 불러서 똑같은거 물어봄)

※ 이 사례는 @_90s_life_ 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50 : 결혼 축하해요. 그런데 결혼할 때 혹시 부모님이 도와주셨는지 아니면 본인들 힘만으로 진행하는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30 : 저희는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50 : (역시 부모들이 도와줘야 하는건가.금액도 궁금하긴 하지만 ..참자...)

그러면 결혼준비할 때 부모님이 얼마나 관여하셨어요?

30 : 거의 관여하지 않고 저희들끼리 진행했어요. 너무 서운해하실까봐 일부 같이 진행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50 : 그렇군요. 다시 한번 축하해요. (**언니네 딸도 자기들끼리 다 알아서 했다고 하더니, 정말 세상이 바뀌었군)

50 : 결혼 축하해요. 그런데 결혼할 때 혹시 부모님이 도와주셨는지 아니면 본인들 힘만으로 진행하는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30 : 네, 저희는 부모님 도움 없이 저희힘만으로 진행했어요.

50 : (하....우리 애는 저축 얼마나 했으려나..걱정이다..정말) 대단합니다. 다시 한번 결혼축하해요.

50대는 자녀들 걱정이 많습니다. 대학 들어가면 홀가분해지려니 생각했는데, 이젠 취업, 결혼이 또 고민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주변 친구들 자식들이 취업에 성공하고, 혹은 결혼까지 시킨 친구도 있지만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물어보기엔 왠지 껄끄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축하한다는 말과, 간단히 안부정도 묻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지요. 마음 한 구석엔 여전히 궁금증과 걱정들이 남아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20대,30대 후배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본인들 문제이기도 하고, 체면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해 줄 것 같아서입니다. 단, 질문할 때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부분이니까 양해를 구하고, 너무 민감한 부분은 피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 질문해야 겠지요.

 

© sandym10, 출처 Unsplash

이렇게 50대는 20,30대와 취업, 결혼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책,영화를 보는 습관에 대해서도 얘기가 가능합니다.

 

© jmuniz, 출처 Unsplash

50 : 요새 넷플릭스를 너무 보는 것 같아요. 거의 매일 보고 있는데, 문제는 머리속에 남는 것이 없이 휘발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책은 보고 나면 뭔가 마음에 남고, 쌓이는 느낌이 나서 글로도 정리하곤 하는데, 넷플릭스는 그게 안되서 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보게 되네요.

30_A : 저와 비슷하세요. 저도 책을 보면서 마음에 남는 부분은 사진을 찍어 클리핑을 해 놓는데,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은 남는게 없어요.ㅎㅎ

30_B : 휘발되어 버린다는 건 내 안에 쌓인 것들을 해소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넷플릭스를 보면 잔상이 너무 많이 남고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라 힘이 들어요. 사람마다 이렇게 다른게 너무 신기하고 이런 대화를 나누는게 재미나요.ㅎㅎ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동년배들과 얘기할 때 우린 나이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주제에 집중합니다. 옷, 화장품, 반찬, 자녀, 배우자, 취업, 노후문제 등 일상생활 주제에 집중해서 얘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나이가 같다고 해서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반찬만 해도 어떤 집은 밑반찬 위주로 해서 한번 만들어서 여러 번 나누어 먹는 스타일이 있고, 어떤 집은 한번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먹지 않기 때문에 그때 그때 만드는 집도 있습니다. 대화가 재미난 것은 서로 비슷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서로 다른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50대가 20대나 30대와 만나면 나이부터 앞을 가로 막습니다. 괜히 잘못 말을 꺼냈다가 분위기가 썰렁해질까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 "선배한테 후추 쳐드세요, 이거 말실수한거예요?"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들은 선배가 "다시 말해봐, 내가 네 친구야?"라고 쏘아 붙였다고 하는데요.

 

[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생각해보면 5060 세대가 기억하는 '간장 버전'이 있습니다.

선배나 윗사람과 군만두를 먹을 때, 간장병을 전해 주면서 아무생각 없이 '간장 쳐 드세요' 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선배들이 혹시 무심코 이런 말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 '간장 찍어 드세요' 라던가, '간장 뿌려 드세요' 라고 말을 해야 한다고 미리 알려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도 주의해서 표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어도 공통적으로 흐르는 대화의 공통주제는 항상 있게 마련이라 생각됩니다. 간장이 후추로 바뀌기는 했지만요.

지금은 세대간 긴장의 끈이 너무 팽팽해진 느낌입니다. 기성세대는 항상 '꼰대조심', '라떼조심'을 해야 하고, MZ 세대는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열정,자신감을 지적받고 있습니다.

잠시 나이 보다는 관심 주제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취업, 결혼, 향수, 와인, MBTI, 맛집, 편의점 신상, 앱추천, 가보고 싶은 여행지, 웹툰, 넷플릭스 등은 가볍게 대화를 하기 좋은 주제들입니다. '요새 20대는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식의 대화 보다는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떻니?'라고 자기 얘기도 펼쳐 놓으면서 대화를 시도해 보면 한결 부드럽게 얘기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주변의 20대 30대 세대와 편하게 관심 주제에 대해 얘기를 시작해 보세요.

한번 얘기하고 두배로 듣는다는 자세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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