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짠돌이 vs 짠테크
작성일시 21.09.01 (수) 14:26 조회수 17,915 공유

60-70년대는 잘 살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살았지만 그 중에서도 정도가 조금 더 강한 경우를 짠돌이,짠순이라고 불렀지요. 예를 들어 연필을 쓰다가 몽당연필이 되면, 모나미 볼펜에 끼워서 더 사용하곤 했습니다. 연습장에 영어단어를 쓰면서 외우기를 할 때도 처음엔 연필로 썼다가, 그 위에 다시 볼펜으로 쓰면서 종이를 아꼈습니다.


© linalitvina, 출처 Unsplash


거의 대부분의 주부들이 가계부를 쓰던 시절이라 여성잡지의 연말 별책부록으로 꼭 가계부를 주었던 기억도 납니다. 자녀들한테는 딱 맞는 옷 보다는 좀 크다 싶은 옷을 사서 입혔습니다. 가능한 여러해 동안 입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들 양복바지는 다림질로 다리고 다려 천이 반짝반짝해 질 때까지 입었고, 구두나 운동화가 떨어질 때까지 신는 것도 흔한 일이었습니다. 동전을 모으기 위해 집집마다 빨간 돼지저금통 한개씩은 있을 정도였고, 돼지를 잡아 은행에 가서 저축을 하고 오는 날이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끼곤 했었습니다.


 

80년대 후반 부터는 소비가 많이 활발해 졌지만, 최근 몇년간 불황에 코로나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서 '짠테크'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짠테크는 단순히 안 쓰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낭비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곳에 의미 있는 지출을 하자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출처:엠브레인) 과거 60-70년대를 살아온 세대들도 나름의 필요한 곳에 의미있게 지출하고 잘 살아보기 위해 절약을 했으니 '짠돌이'와 '짠테크'는 닮아 있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건만 짠테크를 위한 생활의 지혜는 과거의 방법과 비슷한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물탱크에 벽돌을 넣어 물을 아끼기, 물을 조금씩 흘러내리게 해서 욕조에 받아놓고 사용하기, 가계부 작성하기,봉투 살림법(지출항목별로 봉투를 만들어 돈을 넣어 두고 봉투에 든 돈만 쓰는 방식) 등이 그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짠테크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IT를 활용한 짠테크 부분입니다. 엠브레인이 실시한 '짠테크 유형별 경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참여로 적립금 쌓기'를 통해 짠테크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오기도 했습니다.(에이풀도 리서치 참여자들께 리워드를 드리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놀러오세요 ????



 

또한 짠테크에 관심 있는 연령층은 의외로 30대(74.2%) 가 가장 높았고, 20대(56.8%), 40대(36.8%), 50대(11.4%), 60대이상(4.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대가 짠테크에 대해 관심이 높고, 상대적으로 50대,60대에는 관심도가 낮게 나타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 연령대에서 짠테크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는 점입니다. 오랜만에 세대별로 의견일치가 되는 항목이 나타나 반가운 마음마저 듭니다. 짠테크를 하는 사람에 대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50대 모두 70%가 넘습니다. 30대는 80% 가 넘어갑니다. 반면에 구두쇠 같아 보인다거나 안쓰러워 보인다는 답변은 10-20%초반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한때 욜로(YOLO)가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짠테크가 관심을 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잘 사는 것 보다 즐겁게 살고 싶다' 라는 항목에서는 50대가 70.8%, 20대가 61.6% 의 높은 비율로 응답하여, 양 세대 모두 지금 후회 없이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짠테크나 짠돌이가 되는 이유는 필요한 곳에 의미 있게 금전을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시점에서 '나이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것은 유태인 속담으로 어른이란 무릇 쓸데없는 참견이나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자기 말만 늘어놓지 말고, 상대방 말을 잘 경청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해당되지 않을까요. 주변에 친목이 잘 되는 모임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각종 모임에 나가다 보면 서로 자기 얘기를 하겠다며 상대방 말을 중간에 끊는 경우도 보게되는데요,친목이 잘 되는 모임에서는 말을 끊은 사람이 벌칙으로 차값이나 식사값을 계산하도록 해서 대화의 독선을 막으면서도 모임비를 지혜롭게 충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지갑'이 꼭 '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실 차 한잔이라도 먼저 사야 관계가 편안하고 원활해 지는 것은 현실입니다. 용돈 주는 이모,삼촌이 인기이고, 손주에게 용돈 주는 할아버지,할머니가 인기인 것도 사실이지요.

(돈을)지불하다 라는 뜻을 가진 'pay'는'평화(peace)를 유지한다'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중세초기 북유럽에서는 신체에 상해를 가하는 '복수'가 중요한 문화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두 친구가 술을 마시던 중 한 명이 "당신 아들은 수염이 잘 안 자란다"라고 말하는 경우 수염은 남자의 상징이기 때문에 대단한 모욕이 되고, 서로의 복수극이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내용은 당시 북유럽 문학에 상당히 흔히 등장하는데, 그만큼 복수 전쟁은 보편적이고 피해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그 후 '복수'를 법으로 금지하게 되자 복수대신 돈으로 보상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출처:weeklybiz.chosun.com 인문학으로 배우는 비즈니스 영어)

고령화 사회,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고 전연령대에서 짠테크를 긍정적으로 보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주변 사람에게 가끔은 차 한잔 먼저 사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잘 사는 것 보다 즐겁게 살고 싶다'는 희망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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