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엔 관심도 없었습니다. 친한 지인이 딸과 함께 BTS 투어를 다니고, 그곳에서 아미(army, Bts 팬클럽)를 만나면 서로 BTS와 관련된 기념품을 교환하기 위해, 여행전에 미리 기념품을 준비했다는 얘기도 그저 한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귀로 나갈 뿐이었습니다.
BTS 가 월드스타라는 것은 알았지만 나랑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BTS 가 '방탄소년단(Bang Tan Sonyeondan)'이라는 우리말을 발음나는대로 영어로 표기한 뒤, 이니셜을 딴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팀 이름을 너무 쉽게 지었군!'이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방탄소년단'안에 담긴 심오한 뜻을 알고 감동의 도가니였지만요.
그랬던 저였는데, 어떻게 Butter 라는 빌보드 1위를 9주나 차지하는 명곡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그 얘기를 하자면 제가 어떻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얘기해야 합니다. 저는 직장인이예요.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불어난 체중도 관리하고 싶어서 다이어트겸 건강식으로 샐러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도시락을 먹은 후엔 사무실 근처를 걷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뙤약볕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걷는 저를 보고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을 하지만, 이것으로 분명 건강도 좋아지고, 체중관리도 되고 있기에 앞으로도 쭉 지속할 생각인데요.
걸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노라면 지루해 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벅스뮤직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정말 우연하게 Butter 를 선택하게 된 것이 지금의 1일 10개 이상 BTS 영상을 찾아보는 제가 되었습니다.
처음 Butter 를 들었을 때부터 느낌은 남달랐습니다. 그 이전 BTS 곡들은 다소 좀 무겁고, 어두운 것을 느꼈었는데, 이번 곡은 정말 가볍고, 신나고,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어 아무리 더운 날도 힘든줄 모르고 걷기 운동을 하게끔 도와주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가수들의 곡들로 변경도 해 보았지만, 뭔가 모르게 단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Butter 를 들어보니 뭔가 입체적이면서도 복잡한 여러가지 요소들이 풍성하게 녹아있는 듯 느껴졌고, 하지만 그것이 무겁거나 심각하진 않아 기분 좋게 흥얼거릴 수 있었어요.
몇번을 들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중가요가 그렇듯 그냥 일시적으로 좋았다가 금방 관심이 없어지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요! Butter 이후 신곡으로 나온 Permission To Dance 에서도 또 한번 BTS 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래 중간에 나오는 "We don't need to worry. 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라는 가사 때문인데요.
젊은 나이지만 이미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들이기에 남다른 고민도 많았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래서 남들은 중장년이 되어야 하는 '하강'에 대한 고민도 이미 깊게 했을 것 같아요. 맴버인 슈가(SUGA)가 다른 인터뷰에서 '추락은 두렵지만 착륙은 두렵지 않다. 추락이 아니라 착륙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도 이 가사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We don't need to worry. 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BTS, Permission To Dance 가사 중에서
이렇게 BTS 팬이 되다 보니 팬클럽에 가입해서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까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어서 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유하고 있는데요. 그러다가 용기가 생기는 보고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엠브레인의 보고서에 의하면 좋아하는 스타가 있다는 응답이 10-2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10대 64.1%, 20대 68.7%, 30대 67.5%, 40대 56.2%, 50대 61%, 60대 57.4%) 또한 나이가 들어서 팬덤 활동을 하는 것은 어쩐지 한심해 보인다는 응답은 10대 29.2%, 20대 23%, 30대 20.7%, 40대 16%, 50대 15.6%, 60대 14.7% 으로 나와 오히려 중장년층 스스로가 팬덤 활동하는 것을 당당하게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저도 앞으로 좀 더 당당하게 팬임을 드러내도 될 것 같아요. :)
사실 팬클럽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70년대 대중문화에 열광하던 세대는 일명 '오빠부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용필이 '기도하는~' 이라고 '비련'의 첫소절을 부르면 바로 '아~악!"이라고 비명을 질렀던 그 소녀팬들이 '오빠부대'의 원조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났고 가수는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감동과 즐거움, 발걸음을 신나게 해 주는 대중음악은 여전히 옆에 존재합니다. 혹자는 이런 덕질의 이유를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고 위안을 얻는 수단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젊음과 향수 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이 좋고, 가사와 퍼포먼스를 보면서 위안을 느껴서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엄마미소가 번지곤 합니다. :)
기회가 된다면 하이브의 뮤지엄 HYBE INSIGHT(하이브 인사이트)에도 가 보고 싶습니다. 방탄이들의 음악과 굿즈를 판매하고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라고 해요. 가서 마음에 드는 굿즈가 있으면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지갑도 함께 가지고 갈 예정입니다. :)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꽤 있는가 봅니다. '욜디락스(Yoldilocks)'라는 용어까지 생겨난 것을 보면요.
욜디락스는 욜드세대가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의미합니다.실제로 온라인몰에서의 상품구매, 온라인콘텐츠 소비 에서도 5060 세대들의 존재감이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5060 세대의 팬텀 문화가 MZ 세대를 넘어설 신소비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이런 팬덤 경제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서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5060 세대의 팬덤문화가 소비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단,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5060 세대가 사고 싶은 아이템이 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예요. 현재는 팬덤 경제가 주로 MZ 세대가 선호하는 아이템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이 구매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마저도 막상 구매하려면 결정이 머뭇거려지게 됩니다.
욜디락스(Yoldilocks) = young old(젊은 노인층,욜드) + Goldilocks(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상황)
=> 욜드세대가 주도하는 경제성장
사실 저는 BTS 도 좋아하지만 춘식이의 팬이기도 합니다.
라이언과 춘식이가 함께 추는 '라춘댄스'를 좋아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어요.정말 귀엽고,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번지는 엄마미소. :) 그래서 카카오프렌즈샵을 자주 들리곤 하는데 최근엔 남편의 마우스패드를 춘식이패드로 바꿔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살 것이 마땅치 않아 그냥 나오곤 합니다. 중장년층을 위한 굿즈도 고민해 준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BTS 의 리더 RM 의 수상소감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Music has truly the power to overcome
various kinds of barriers, including languages
nationalities and many boundaries.
음악은 언어, 국가, 경계선 등 많은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인데요.
저는 이것을 '팬덤은 세대간 차이쯤은 가뿐하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로 변경해 보고 싶습니다. 특정 유명인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공감과 성장이든 향수와 위안이든간에 같은 팬덤 안에서는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과 우정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위해 혹은 자녀를 위해 BTS 콘서트를, 송가인이나 임영웅의 공연을 예약해 주거나, 새로나온 CD, 귀여운 굿즈를 전해주는 딸,아들,부모간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