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좋아하세요?
사실 향수는 양날의 검 같아서 잘 활용하면 좋지만, 과도하면 상대방에게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최근 향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경-신한카드 빅데이터 리포트에 의하면 고가 향수 소비가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조말론, 딥티크 같은 수입 향수 들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에 이용건수가 56%나 증가했습니다. 수입 향수 이용 건수 증가율은 20대(62%), 30대(59%), 50대(60%)로 50대와 MZ 세대의 이용증가가 눈에 띕니다.
과거엔 향수라고 하면 샤넬,디올 같은 브랜드들부터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에 '니치향수'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조말론, 딥티크, 바이레도,프레데릭말,크리드,펜할리곤스 같은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25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니치향수의 시장규모가 5천억에 이르렀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니 대단한 인기인 듯 합니다.
'니치향수'에서 '니치(niche)'란 말 그대로 '틈새' 입니다. 즉 상류층에서 매우 극소수의 개성적인 향을 만든 것에서 파생된 것으로 '니치향수'라고 부르며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치향수'를 비롯하여 향수 이용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확산되면서 향수로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는 '소확행'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니치향수'를 쓰는 것 자체에서 세련되고 센스있는 이미지를 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 일정한 공간안에서 자기 존재감을 표현하는데 향수만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또한 수입향수 이용 증가율 조사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개성표현에 대한 욕구가 MZ 세대 뿐 아니라 50대에서도 결코 작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니치향수 몇가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조말론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니치향수라 할 수 있는데, 자연의 향을 잘 표현해 주기 때문에 비교적 호불호가 적고, 우드세이지 앤 시솔트, 블랙베리 앤 베이 등이 특히 매니아층이 두터운 편입니다. 딥티크는 중성적인 향이 많아서 남녀 모두에게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바이레도는 북유럽스러운 깔끔한 디자인과 향기가 매력입니다. 프레데릭말은 지드레곤 향수 혹은 해외에선 오바마향수로 유명합니다. 크리드는 영국,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왕실의 향수로 지정돼 있고, 펜할리곤스도 영국 왕실에 납품한 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뚜렷한 개성을 뽑내고 있는 듯 합니다.
향수는 사실 종교적 의식에서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한 것에서 그 유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향수에 관한 속설 중 유럽인이 안 씻어서 향수 문화가 발달되었다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큰 오해입니다. 당시에는 합성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천연 원료로 향수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가격이 엄청나서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이용하기에는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고가의 향수는 과거에는 상류층을 위한 사치품이었지만 19세기 후반 화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합성 향료가 등장하였고, 대중화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덕분에 오늘날에는 일반인들도 자기개성표현을 위해 향수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도 자신만의 기억을 환기하기 위해 일정 기간 특정 향수를 사용한 뒤 남은 향수를 보관하였는데, 그것이 유명한 앤디 워홀 컬렉션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면접이나 혹은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자리에 참석할 땐 향수를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습니다.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체취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향이라는 것이 개인별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면접관의 취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특정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또한 해외에서는 일부 향이 강한 향수를 많이 뿌린 경우 레스토랑 입장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향수의 향이 음식맛을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뉴욕감성이다, 레트로감성이다 하는 니치향수샵들 이 새롭게 오픈하여 고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향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니드를 담아 '향수 구독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니치향수'에 대한 20대,30대,50대의 높은 관심을 보면서 어쩌면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세대간 이해는 작고 소소한 것에 대한 공통 관심사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침 향수가 떨어졌다면 모녀가 같이 쇼핑계획을 잡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