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 정도는 가끔 이용했었습니다. 집에서 일일이 동태탕 재료를 준비하려면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포장된 동태탕 재료를 구매하곤 했었습니다. 흰색 스트로폼 접시에 동태와 내장, 홍합, 미더덕, 무우와 대파, 콩나물, 그리고 양념장까지 한꺼번에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집에서 물만 넣고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동태탕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최근엔 '밀키트'라는 것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가 나오는 밀키트 광고도 있었고, 마트에도 점점 다양한 밀키트 종류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왠지 정성이 없어 보이고, 직접 준비하는 것만 못한것 같아서 선뜻 이용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얼마전 결혼한 딸집에 갔다가 딸이 건네준 밀키트를 먹어본 이후 저에게는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식사준비가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음식종류도 다양하게 먹질 못하고, 한번 준비해 두면 계속 먹곤 했었는데, 밀키트는 너무 편리했거든요. "
시니어층의 밀키트 사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마켓컬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1-7월 밀키트 상품의 판매증가율은 전년 대비 260% 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무료 1473%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연령별로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20대가 38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70대가 314%로 바짝 뒤를 쫓고 있고, 60대도 311%의 증가율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이마트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50대 고객들이 밀키트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즉 2020년 1-6월까지 피코크 밀키트 전체 매출 신장율은 24% 였고, 이 중 50대 고객의 매출 신장율이 33.8%로 가장 높았습니다. 간편한 조리법과 이색 레시피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음식 레시피가 친정 엄마 혹은 시어머니로부터 딸이나 며느리에게 대물림되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면 김치 담그는 것은 물론이고, 생선 다듬는 방법이나 나물무치는 방법등 하나하나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곤 했었지요. 그 이후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요리 정보를 얻다가, 최근엔 아예 밀키트를 통해 요리재료와 레시피를 통째로 구매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엔 무인밀키트가 창업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엄마와 딸의 대화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요리비법을 전수해 주는 대화였다면, 이젠 괜찮은 밀키트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으로 대화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요즘 괜찮은 밀키트' 종류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쿠팡 판매량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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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빼면 모두 찌개,전골,나베와 같은 국물음식들인데요... 이렇게 막강한 국물음식들과 어때를 나란히 하고 있는 3가지 메뉴는 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감바스 알 아히요 입니다.
밀키트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밀키트는 미국의 온라인 회사인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플레이티드(Plated) 같은 회사에서 시작되어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블루에이프런은 2012년 최초로 밀키트 배달 사업모델을 산보여 초기 밀키트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후 대형식품 및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요.
그런데 해외 밀키트와 우리나라 밀키트에 재미난 차이점이 있습니다. 해외 밀키트는 장보기 대체 수단이기 때문에 손질하지 않은 원재료를 그대로 배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밀키트는 이미 손질되어 커팅까지 되어 배송되기 때문에 가열만 하면 됩니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엔 신선도 관리가 쉽지 않지만 워낙 이커머스, 새벽배송 등이 발달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밀키트는 포장재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지만 편리하고, 요리솜씨가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고, 신선한 재료를 먹을 수 있고 음식쓰레기가 안 나온다는 점 등 장점이 많은 아이템입니다. 이 외에도 밀키트는 집밥과 외식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인 경우 메뉴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그로 인해 영양 문제가 올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한가지 현상을 보게 됩니다. 시니어와 관련된 홍보 마케팅 자료들을 만들 때 삽입되는 시니어의 이미지는 언제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단정한 외모에 중후한 백발, 그리고 인자한 표정으로 손주를 안고 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자주 선택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니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이 획일적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현실속의 시니어는 10명이면 10명이 모두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개인 차가 큽니다. 살아온 세월이 큰 만큼 개개인이 놓여져 있는 상황도 크게 다르게 때문이지요.
밀키트의 경우를 보더라도 활발하게 밀키트를 이용하는 시니어가 있는가 하면, 집밥이나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등 개인의 기호와 수입, 가치관, 건강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시니어를 하나의 집단으로, 편견을 가지고 보기 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요구사항에 따라 접근한다면 세대간 소통에 좀더 유리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시니어들은 밀키트를 이용하지 않고 젊은층들이 이용할꺼야 라는 세대를 구분짓는 시각 보다는,' 밀키트 이용을 즐기는 층' 이라는 시각으로 말이죠. 이렇게 하면 밀키트 라는 주제를 가지고 괜찮은 메뉴, 할인행사와 같은 정보에 대해 세대간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소통이 부드러워질 수 있습니다.
세대간 이해는 작지만 공통적인 관심사에 대한 편안한 대화로 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