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잡화
블랙야크가 MZ세대와 소통하는 법
작성일시 21.12.07 (화) 15:27 조회수 24,670 공유

블랙야크는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이미지를 변신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지만, 이번 글은 50대 등산복 소비자로서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한번 비교해서 읽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등산복을 입고 해외여행까지 다니는 중장년 세대들을 부끄럽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알록달록 패션어블하게 차려입고 산에 가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같은 옷으로 마트도 가고, 국내여행은 기본이고 해외여행까지 휘젓는 아줌마, 아저씨들을 젊은 세대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등산복(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이루었고,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컬러풀한 브랜드 등산복을 장만하곤 했어요. 산에 갈 때 갖춰 입지 않으면 왠지 등산을 하기 망설여지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구입할 만한 중장년층을 모두 옷을 구입했고 더 이상의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는 시장에서 성장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등산'이라는 것이 도전과 열정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등산복 브랜드들은 노화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블랙야크라는 브랜드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산악인들을 후원하고 정통 산악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같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냥 하나의 등산복(아웃도어) 브랜드들 중 하나로 인식되었을 뿐이었어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기억은 '명산 100 프로그램' 정도였습니다.


블랙야크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은 2020년 9월에 공개된 '출발'이라는 광고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던 등산복 브랜드 중 블랙야크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은 2020년 9월에 공개된 '출발'이라는 광고를 통해서였습니다. 고급스러운 중저음이 매력적인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에 맞춰 강하늘이 산을 오르고 또 오릅니다. 이때 강하늘은 깔끔하거나 멋지게 단장하지 않았어요. 며칠은 면도를 하지 못한 것 같은, 약간은 햇볕에 그을린 듯, 머리도 바람에 엉클어진.. 현실 속 산행을 하면 만날 수 있는 바로 그런 젊은 남성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거센 산바람이 불면 겉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견디기도 하고, 방향을 잃었을 때는 나침판을 의지해 방향을 찾기도 하며, 비를 만나 큰 나무 아래 잠시 머물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다 비가 그치자 각자 자기만의 길로 또 걸어갔던 모습들이 비록 광고 속 연출된 장면이긴 해도, 현실 속 산행을 하면서 느꼈던 그 감성들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광고 속에서 강하늘은 정상을 오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저 멀리 펼쳐진 자기만의 길을 걷고 또 걷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BAC'라는 브랜드가 크게 각인되었던 것도 바로 이때의 광고를 통해서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브랜드 로고는 블랙과 화이트, 그리고 레드로 표현된 'BLACK YAK' 였기 때문에 'BAC'가 생소하면서도 세련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아마도 강하늘이 입은 옷이라 더 멋지게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BAC'에 대한 호기심으로 검색에 돌입했는데, 'BAC'가 산행 커뮤니티인 'BLACKYAK ALPINE CLUB'의 이니셜이고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아웃도어 활동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 블랙야크에 대한 이미지가 참 크게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과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브랜드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철학이 나왔을까? 어떻게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다른 가치철학을 담게 되었을까? 궁금해졌어요."

중요 포인트는 2014년 'nau(나우)'인수 라고 생각됩니다. nau(나우)는 힙스터의 성지라고 할 만한 미국 포틀랜드에서 나이키와 파타고니아 출신들이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70%의 제품군에 지속 가능한 소재나 공정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예요. 현재는 나우 인터내셔널이라는 자회사로 운영됩니다.

인수할 당시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고, 2021년 상반기까지도 매출액이 어렵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매출면에서는 고전을 하고 있긴 하지만 nau(나우)가 있었기에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가치철학이 블랙야크 브랜드에 녹아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때마침 코로나라는 상황이 생기고, '등린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2030 세대들이 대거 등산 활동에 유입되면서 블랙야크의 '지속 가능'가치는 빛을 발하게 되지요. 즉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 세대의 마인드와 일치하면서 MZ 세대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게 됩니다.

2021년 3월에 '블랙야크 '아이유 등산화' 인기에 신발 매출이 전년대비 91% 성장'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이때 판매된 등산화에는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하여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오면서 쌓은 전문성과 역량,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노력이 MZ 세대와의 소통에 성공한 비결이 아닐까요. 새삼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전문성과 역량,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노력이

MZ 세대와의 소통에 성공한

비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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