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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세대 추억의 그림일기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작성일시 21.08.20 (금) 12:34 조회수 16,498 공유

종이가 사라지는 시대입니다. 특히 사무실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진데요. 예외적으로 종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업무를 볼 때 종이 대신 전자메일, 메신저, 클라우드 등을 활용하여 '페이퍼리스(paperless)'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속에서도 페이퍼리스는 피부로 느껴집니다. 카드사에서는 종이고지서 대신 전자고지서를 신청하는 사람에게 각종 혜택을 준다며 회원들을 전자고지서로 유도합니다. 도시가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카톡을 통해 도시가스 사용량을 셀프입력하고, 사용금액도 조회,납부할 수 있습니다. 페이퍼리스는 매우 빠르게 확대되어 가는 대신 국내 인쇄용지 생산량은 매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출처:중앙일보. 점차 줄어드는 인쇄용지 생산과 공인전자문서중계자를 통한 전자문서 유통건수]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교보문고를 가 보셨나요? 교보문고엔 책 외에도 각종 문구류를 같이 판매하고 있는데요.. 문구류의 절반이상이 다이어리와 그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류, 마스킹테이프류, 그리고 스티커를 정리할 때 사용하는 파일류 등입니다.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사용되는 아이템들입니다. '다꾸'는 다이어리에 스티커를 이용해서 자기가 원하는 상황을 꾸민 후, 빈 공간에는 손글씨를 쓰는 형태의 일기를 말합니다. 피크닉, 각종파티, 여행 등등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꾸미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스티커들이 출시되고 있고, 이런 스티커 디자인을 하는 분들을 '작가'라 호칭합니다.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한 책까지 나와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페이퍼리스가 사회전반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종이 다이어리와 스티커, 종이 마스킹테이프들로 나만의 일기를 꾸미기가 인기를 얻는 현상에 대해 디지털 문명의 반동이다, 혹은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아날로그가 더욱 재미있고 가치있는 문화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예스24. 하루 한 페이지 다이어리 꾸미기]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다꾸'같이 일기를 꾸미는 현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70년대,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분들은 '그림일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공책 위쪽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아랫쪽엔 연필로 글을 써서 일기를 완성했는데 이 일기를 담임선생님께서 검사를 하신 후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 주셨습니다. 방학땐 일기를 밀려서 개학무렵 한꺼번에 몰아서 쓰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제일 문제였지요.

1970년대 방송했던 '영이의 일기'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되네요. 밖에서 놀다가 저녁 먹으러 들어오면 이 드라마를 꼭 봤고,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일기장에 일기를 쓰면서 주인공 영이가 흐뭇하게 미소지었던 장면이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림일기라는 것이 누구에게는 그냥 하기 싫은 숙제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50대 60대가 된 지금의 시각에서 본 그림일기는 순수했던 마음을 한장의 그림과 글로 표현해낸 소중한 자료이자, 시간들이었는데 잘 모아놓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출처 : 블로그. 뉴욕옹여자 글]




 

최근 몇년 사이에 10-20대에 유행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의미처럼 글 보다는 꾸미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기 생각대로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 스티커를 고르는 단계부터 고민은 시작됩니다. 매주 신중하게 스티커를 선택한 후엔 다꾸 스티커 전용 핀셋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떼어낸 후, 원하는 위치에 부착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작은 왕국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꾸는 단순히 스티커 놀이 정도가 아니라 자기 표현, 자아찾기, 자기개발과 소확행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때로는 스티커가 소중한 친구들과 나누고픈 예쁜 선물이 되기도 하니 자기만의 왕국을 넘어 소통의 의미까지 담고 있습니다.

50대 60대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그림일기, MZ세대의 나만의 작은 왕국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페이퍼리스(paperless) 가 확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손으로 만지고 꾸미는 재미는 디지털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질수록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하루하루를 잘 마무리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PC를 이용해 일기를 쓰는 경우도 많지만, 가끔은 종이의 거친 느낌을 느끼며 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손일기를 써 보면 어떨까요? 중간중간에 작은 그림이나 스티커도 붙여보고 말이죠. 물결을 가만히 가라앉히면 맑은 물속이 보이듯,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스스로 이해하고, 자기 안에 있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느낄 수 있는 동심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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