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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앞에선 `라떼조심,꼰대조심`도 잠시 넣어두세요
작성일시 21.09.29 (수) 11:43 조회수 10,034 공유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중에 '붕어빵'이 있습니다.

예전보다 가격이 인상되긴 했지만 그래도 천원짜리 한두장이면 달콤바삭하고 겉바속촉의(겉은 바삭 속은 촉촉) 붕어빵 간식을 먹을 수 있고, 최근에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간식류에 비해서는 비교적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여전히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밀가루반죽에 팥을 넣어 구워내던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붕어빵도 다양해져서 팥 외에 고구마, 슈크림, 초콜릿 등 여러가지 재료를 넣기도 하지만 역시 원조 붕어빵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한 먹는 방법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과 연관지어 놓은 심리테스트까지 나올 정도이니 얼마나 한국인의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있는지 짐작할만 합니다.

 


재미로 보는

<붕어빵 심리테스트>

※ 붕어빵을 먹을 때 어느 부위 부터 드시나요?

머리부터 먹는 유형 :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

꼬리부터 먹는 유형 : 사려 깊고 주의 깊은 신중한 사람

배부터 먹는 유형 : 남성적이고 적극적이고,사교적인 사람

반으로 나눠 꼬리부터 먹는 유형 : 예의 바르고 사려 깊어 주변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사람

반으로 나눠 머리부터 먹는 유형 :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불굴의 의지의 소유자

한잎에 먹는 유형 : 그냥 배고픈 사람

출처 : 조선일보, 공복김선생 붕세권을 아십니까 기사
 


그럼 이렇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붕어빵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붕어빵의 역사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타이야키'(도미빵)가 한국식으로 현지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어 붕어모양으로 구워낸 것으로 겉은 바삭, 속은 쫄깃, 그리고 달콤한 팥소가 특징인 간식입니다.

60,70년대를 지내온 분들이라면 붕어빵을 잘 기억하실 거예요.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동네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가끔 잉어빵, 국화빵 등도 있었고 이런 것들을 통틀어 '풀빵'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역시 붕어빵이 가장 인기였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다가, 혹은 피아노 학원에서, 놀이터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길가의 포장마차에 붕어빵 파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 그 맛있는 모습에 침이 고이곤 했었습니다. 붕어빵집 주인들은 꼭 붕어빵을 몇개씩 구워서 위쪽에 올려놓곤 했는데, 여러마리를 사면 한마리 정도는 덤으로 주곤해서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사온 붕어빵을 식구들이 쭉 둘러앉아 한개씩 베어뭅니다. 금방 구워낸 붕어빵의 팥은 너무 뜨겁게 때문에 자칫 입안을 데일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집까지 가져온 붕어빵은 오는 동안 적당히 식었기 때문에 크게 한입 베어물어도 입안 데일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어요.

붕어빵 몇마리면 온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소확행의 결정판이었습니다.

붕어빵의 꾸준한 인기를 활용하여 상품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1990년 빙그레에서 출시한 '붕어싸만코'입니다. 붕어빵은 겨울에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름에도 먹게 해 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붕어싸만코'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도 '싸고,많고'에서 착안했다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오리온에서 2011년 출시된 '참붕어빵'도 있습니다. 사시사철 붕어빵을 즐겨보자는 의도로 출시되었다고 하니 붕어빵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최근에는 붕어빵 창업이 인기라고 합니다. 비교적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어 젊은 창업가들에게 인기라고 하네요.

친근하고 재미난 모양에 가격대비 넉넉한 양, 그리고 추운 겨울 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달콤바삭한 맛까지.어느하나 부족함이 없는 붕어빵이 작년 겨울에는 코로나로 집콕생활이 증가하고, 원재료 상승까지 겹쳐 파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어 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판매처를 알려주는 앱까지 등장하기도 했고, 붕세권(붕어빵 파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사실 붕어빵도 1950~1960년대 인기있는 길거리 음식이었지만, 서서히 자취를 감추다가 1980~1990년대 이후 다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번성하기도, 잠시 사라지기도 했던 붕어빵. 하지만 세대를 거치는 동안 재료와 모양이 다양해지고, 상품화되어 좀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어져 왔습니다.

문득 '크로스 제너레이션(cross generation)'이 떠오릅니다. 단어 의미 그대로 '세대가 교차된다'는 뜻입니다. 즉 50+ 세대와 MZ 세대가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고, 협력,지원하여 새로운 문화와 조류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합니다. 간혹 세대를 나누고, 차이가 나는 것을 마치 한쪽이 다른쪽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오해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또한 세대별 특징을 지나치게 주장하여 서로간 혐오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붕어빵이라는 작지만, 세대를 거쳐 인기를 얻어온 간식거리를 통해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교류,세대소통을 느끼게 됩니다.

혹시 '붕세권' 에 거주하신다면 가는 길에 붕어빵 몇마리 사 가는 건 어떨까요?

가족,지인들과 붕어빵을 먹으며, '나 때는 말이야' 라며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 시간 만큼은 기꺼이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붕어빵이 주는 겉바속촉의 맛과 여유로움 앞에서는 왠지 라떼조심, 꼰대조심을 잠시 넣어두고 소통해도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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