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잡화
MZ세대 전유물 뽀글이 후드점퍼?! 50대에 당당하게 입어도 되는 이유
작성일시 21.10.19 (화) 10:21 조회수 3,960 공유

"처음엔 젊은 사람들을 위한 옷이려니 생각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매년 점점 더 세련되고 다양한 디자인의 뽀글이 옷들이 나오다 보니 50대 A씨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갑니다. 따뜻한 질감에 귀여운 디자인, 게다가 가격까지 합리적이니 딸만 사 주지 말고 나도 하나쯤 입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 옷 가게에서 입어 보기도 하지만 왠지 나이에 맞지 않게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되어 선뜻 구매를 못하고 있습니다."

몇년전부터 일명 '뽀글이'점퍼가 유행입니다. 집집마다 뽀글이 점퍼 1개정도는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뽀글이'의 정식명칭은 '플리스(Fleece)' 입니다. 표면에 털을 만들어 보글보글하게 만든 폴리에스터 소재의 옷인데, 귀엽게 털이 뭉친 모양 때문에 일명 '뽀글이'로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플리스제품도 나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명 '뽀글이' 점퍼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부쩍 기온이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A씨는 인터넷에서 뽀글이 점퍼를 본격적으로 검색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구매할까 말까 갈등을 하면서요. 그러다가 문득 '윤여정'배우님이 나왔던 '지그재그' 브랜드 광고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A씨가 기억하는 지그재그 브랜드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아무리 배우라지만 70대인 윤여정님이 지그재그 광고에 등장했을 땐 정말 파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젊은 여성 옷 브랜드 광고에 70대의 여배우가 등장했다는 사실 보다도, 70대 여배우의 등장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니 맘대로 지그재그 사세요" 라는 특유의 시니컬한 멘트와 함께요.

 

[출처 : 지그재그 홈페이지]

 

지그재그 광고를 떠올리니 A씨의 자신감이 약간 올라갑니다. 찾아보는 김에 다른 사례도 더 있는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바로 'MLB' 광고에 등장한 배우 문숙님!

60대 중반 문숙 배우님이 맨투맨, 점퍼, 야구 모자 등을 정말 우아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긴 생머리 백발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요.

사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한달에 한번정도 염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배우라면 더욱 흰머리를 보이기 싫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숙 배우님이나 윤여정 배우님, 그리고 남성 시니어모델로 맹활약 중인 김칠두님은 모두 흰머리카락을 감추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나이 들어감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흰머리카락이 이제는 당당함, 자신감,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유명 여성 정치인 중에서도 흰머리카락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MLB, fashion.com]

 

"어머, 이렇게 입으니 너무 멋지다"

여배우들의 광고 속 멋진 모습에 A씨의 자신감 게이지가 쑥 올라갑니다. MLB 광고에 등장한 시니어 모델 김칠두님을 보니 남편 옷도 같이 사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실 MLB 는 스트리트 캐쥬얼 브랜드입니다. 시니어층 보다는 젊은 연령층을 공략했던 브랜드였지요. 예전 같으면 A씨 같은 시니어층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연륜 있는 여배우들과 시니어모델들이 옷을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코오롱스포츠에서 리브랜딩을 하면서 배우 김혜자님을 모델로 광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코오롱스포츠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는 아이돌이나 젊은 남성들의 착용샷을 보여주었습니다만 리브랜딩을 하면서 '아웃도어의 진정한 의미는 자연을 즐기는 것'이라고 정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시니어 모델을 통해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소통을 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자연을 즐기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사실 이렇게 의류 브랜드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는데에는 점차 증가하는 50대 이상 신중년, 시니어층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만큼 시니어 소비자층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배우니까 그렇지 일반인 60대,70대가 그렇게 입으면 정말 이상할꺼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자신감' 과 '당당함' 입니다.

사회적 편견, 개인의 편견을 깨고, 마음이 끌리면 도전해 보는 바로 그 '자신감' 말입니다.

MLB나 지그재그 같은 패션브랜드에 등장한 60대 70대의 여배우들을 보고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이러니 하게도 '젊다'라는 느낌입니다. 젊고 역동적인 컬러와 디자인들 사이에서 주변을 압도하며 더욱 반짝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이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겨울 몇년간 입었던 패딩 대신 '뽀글이' 점퍼에 자꾸만 마음이 간다면 과감하게 선택해 보세요. 모처럼 딸, 아들과 같이 바람도 쏘일겸 쇼핑계획을 잡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엄마,아빠의 뽀글이 점퍼 선택을 기꺼이 도와줄테니까요.

내 스스로와 주변이 만든 편견을 깨고 도전하는 순간 만큼은 '난 확실히 젊다'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젊은 날들이 매일매일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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