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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갈 때 에코백(장바구니) 가지고 가시나요?
작성일시 21.12.06 (월) 11:12 조회수 9,627 공유

어머니가 시장에 가실때 들었던 장바구니를 기억하시나요? 네! 플라스틱으로 된 바로 그 장바구니 말이죠.

7080 년을 경험한 세대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장바구니는 지금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동네 시장에서 살아있는 닭 한마리를 고르면 주인이 탁 모가지를 쳐서 뜨거운 물이 든 큰솥에 넣었다 꺼내어 닭털을 뽑아 먹기 좋게 다듬은 뒤 신문지에 둘둘 말아 장바구니에 넣어 주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나섰던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고등어를 사면 통나무로 된 큰도마에서 내장을 쓱쓱 정리한 뒤 마찬가지로 신문지에 둘둘 말아 장바구니에 넣어주었구요. 이렇게 하나둘씩 장바구니안에 먹을 것들이 쌓여가면 점점 무게는 무거워집니다.

장 본 물건을 배달해 준다거나 차로 실어온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낑낑 거리며 집까지 들고 오셨습니다. 팔이 늘어날 듯 아프고 언덕길에 숨이 찰 때는 중간중간 장바구니를 놓고 가쁜 숨을 몰아 쉬어가면서요.

이때의 장바구니는 비록 플라스틱 소재이긴 했으나 뜯어져서 제 기능이 어려울 때까지 사용하곤 했으니 환경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장바구니'란 '장보러 갈 때 들고 가는 바구니'(출처:네이버 어학사전)입니다. 즉 형태가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과 장바구니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시장을 가는데 맨손으로 간다' 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장보러 갈때 장바구니 없이 맨손으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한번에 많은 식료품,생활용품을 구입할 때 조차도 장바구니는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마트에서 제공하는 비닐에 넣어올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마트에서는 담아갈 수 있는 비닐봉투를 마음대로 뜯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 urfida, 출처 Unsplash

 

그러다가 비닐봉투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닐봉투 사용으로 인해 한 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무려 195만t 이며, 한 해 동안 비닐봉투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원유의 양은 2억6365만리터나 된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출처:경남신문 2017.9.20)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미국에서도 종이봉투 대신 비닐봉투가 장바구니로 각광을 받았고, 이에 정부에서 비닐봉투에 세금을 올리고,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도록 장려하게 됩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 에코백이 등장합니다. 에코백은 2007년 영국의 디자이너 '안냐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환경자선단체와 손잡고 처음 선보였습니다. '나는 비닐백이 아닙니다(I'm not a plastic bag)' 이라는 문구를 가방에 새겨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시작된 친환경 운동이었습니다. 이에 유명 연예인들과 패셔니스타들이 동참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어요.

처음엔 장바구니로 시작되었지만 점차로 패션용품으로 확장된 셈입니다.

에코백(eco bag)은 사실 콩글리쉬입니다. 미국식으로는 'Reusable bag', 영국식으로는 'Bag-for-life'라고 불리우는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가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에코백은 캔버스(직물의 한 종류)로 만들어진 것이 일반적이지만, 타포린 원단(방수가 되며 내구성이 강하여 천막이나 쌀포대자루 등에 사용되는 원단의 종류)으로도 만들어집니다. 또한 나일론이나 플라스틱 소재라고 하더라도 재활용 원료로 만들 경우 에코백의 개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캔버스천으로 된 아이보리 컬러의 에코백이 많긴 하지만 그 외에도 '재사용'이라는 개념에 맞다면 에코백으로 포함시키기도 하므로 그 종류가 생각보다는 다양합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비닐봉투를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최근엔 장보러 갈 때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경우가 증가했습니다. 에코백을 이용하기도 하고, 작게 접은 장바구니를 가져가거나, 대형마트에서 빌려주는 '대여용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장바구니를 준비해 가서 구입한 물건들을 알뜰하게 착착 넣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참 좋아보입니다. 알뜰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의식있어 보이기도 해서 말이죠.

장바구니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최근엔 가죽이나 천, 혹은 레저로 된 일반 가방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종이백을 들고 다니는 MZ세대들도 있습니다. 종이백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편리하다는 것도 있지만 특정 브랜드의 종이백을 들면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같이 동참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유입니다.


 

 

1991년 조선일보 독자의견에 보면 '물건을 사면 흔히 비닐봉지에 담아주는데 비닐은 녹슬거나 썩지 않아서 땅에 묻어도 그대로 남아있어 자연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그래서 요즘 주부들이 시장바구니를 마련해서 비닐봉지를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미미한 상태다. (중략) 갈색의 종이봉투를 만들어 비닐봉투 대신 쓰고 있다. 이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라는 독자 의견이 보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15세의 독자인데, 한창 비닐봉투를 많이 사용하던 때에 이런 의견을 보냈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또한 1977년 신문기사에 보면 '쓰레기줍기 캠페인 보이스카웃서울연' 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볼 수 있고, 그 후로도 각종 쓰레기줍기 활동에 대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1-2년전부터는 가볍게 달리며 쓰레기 줍는 플로깅(plogging)도 등장하였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5060 세대의 플라스틱 장바구니가 MZ 세대의 에코백으로, '쓰레기줍기' 운동은 '플로깅'으로 이어집니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대를 통해 이어집니다.

오늘은 10-20년전 직장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산행을 하고, 하천에 나가 쓰레기를 주웠던 무용담(?)을 후배들에게 펼쳐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환경사랑이라는 주제라면 ‘라떼조심 꼰대조심’걱정은 잠시 넣어두고 ‘공감’으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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